[한겨레] 주민들 모임이 '따뜻한 난로'가 돼 차가운 주차장을 덥히다(19.11.28) > 보도자료


[한겨레] 주민들 모임이 '따뜻한 난로'가 돼 차가운 주차장을 덥히다(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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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 78회 작성일 2020-02-09 22: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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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막이 벽도 없는 빌라 1층 주차장


그러나 그곳은 ‘골목 공동체’의 산실이 핑계 저 계획에 사람들이 모이고티격태격하면서도 웃음꽃을 피운다


매달 한번 이상 음식 만들어 나누고 반찬 판 돈으로 함께 여행 꿈꾸는 곳 복지관을 찾아가 깜짝 콘서트 열며


“공동체 향한 마라톤 완주할 것”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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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양천구 신월동 우리아트빌 1층 주차장에서 최정아 골목밥상 대표(뒷줄 오른쪽 여섯째)와 골목밥상 회원들이 박진갑 양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최정아씨 왼쪽)과 함께 주차장을 페인트로 단장하고 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양천구 신월동 중앙로 55길에 있는 빌라 주차장이 시끌벅적 왁자지껄 사람 사는 소리로 가득 메워진다. ‘골목밥상’으로 연결돼 서로 이웃이 되고, 골목반상회를 핑계로 매일같이 만나게 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매달 한 차례 이상 함께 만들고 나누는 골목밥상 계획을 의논하며 때론 퉁퉁거리기도 삐쭉거리기도 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따뜻함을 느끼며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로 다듬어져가는 중이란 걸 서로가 느낄 수 있다.

복달임 밥상을 의논할 땐 복날이라고 고기만 먹으라는 법 있냐며 여러 메뉴가 나오는 가운데 과일로 밥상을 차리자는 의견에 “불을 쓰지 않으니 에너지 절약에도 동참했다” 하는 억지스러운 농담 속에 과일만큼이나 달콤한 골목 속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또 캠핑 밥상을 주제로 한 골목밥상은 휴일 오후 아빠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더욱 풍성한 골목의 시간이 채워져간다.

삼겹살 굽는 냄새에 지나가던 이웃들도 이게 뭐냐며 우리의 공간으로 들어오시고 몸이 불편해 나올 수 없는 어르신들께 마을 꼬맹이들이 한 상 가득 차려 댁으로 방문한다. 손자 손녀 같은 고사리손을 빌려 우리네 깊은 정 가득한 밥상을 받으시는 어르신들 얼굴엔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에 움푹 팬 주름이 웃음의 곡선으로 나타난다.

추석 밥상의 주인공인 송편 만들기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꼬마 숙녀들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팔을 둥둥 걷어붙이고 쌀가루에 형형색색 옷을 입혀 색 고운 반죽을 하고 콩과 깨로 소를 만들어 각자의 서로 다른 얼굴만큼 제각각의 송편을 만들어낸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송편의 맛은 담백하기도 하고 쫄깃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하다.

마을공동체 대잔치에 골목밥상팀이 판매할 반찬들을 주부 9단의 내공으로 밤을 새워 만들어내며 완성된 그 맛에 놀란 미각들이 춤을 춘다. ‘멸치가 호두를 만난 날’ 등 밤새워 만들어간 재미난 이름의 반찬들은 순식간에 동나고 수익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즐거운 고민을 해본다. 따뜻한 봄날에 어르신들과 가까운 온천으로 가는 ‘마을 이웃이 함께하는 효도여행’을 계획해보며 또다시 행복한 상상 속으로 빠져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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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우리는 골목에서 만들어지는 추억에 흠뻑 젖어 또 다른 계획을 세워 색다른 사건들을 기획하고 저질러본다.

빌라 주차장을 주 근거지로 삼고 있는 우리는 빛바랜 빌라들의 우중충한 모습에 어찌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을 페인트칠하고 벽화를 그리며 날려버린다. 그 과정에 도안을 그려보고 페인트 색깔을 고르며 이게 좋네 저게 좋네 옥신각신하다 결국은 한마음이 되면서 정을 또 쌓는다. 주차장의 화려한 변신의 일등공신은 역시 골목 속 숨은 인재들이다.

그림을 그려주셨던 벽화 전문 자원봉사자, 높은 천장과 넓은 벽을 순식간에 쓱 사악~ 칠해주셨던 조기축구회 아빠들^^. 고사리손으로 작은 롤러를 잡고 무엇이 그리 재미있고 신나는지 종알종알 골목의 꼬마 천사들, 그리고 친구들은 학원이다 보충수업이다 책과 씨름 중이지만 마을 골목에서 올바른 공동체를 스스로 터득해나가는 천사 중학생 해림이까지. 한마음이 된 노력에 순식간에 낡은 주차장은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혀진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골목으로 모여드는 우리의 끈끈함이 마치 가족인 듯 든든하게 전해져온다.

이런 마음과 모습들이 더하고 더해져 페인트칠로 벽화로 고스란히 스며들어가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이렇게 형성된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우리 동네 복지관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게릴라 콘서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수능 날이었던 11월14일 때마침 수능으로 학교를 쉬게 된 중학생 친구들과 재능 기부자들의 잘 짜인 다양한 순서로 복지관 직원들마저 어리둥절하게 만들어버린 다양한 악기로 연주하고 공연했다. 한편에선 어르신들께 대접할 여러 종류의 맛난 떡을 담아내고, 어르신들 사이사이에 들어가 앉아 며느리인 듯 손자손녀인 듯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본다.

치매로 힘들다는 남자 어르신을 순서에는 없었지만 무대로 모셔본다. 우리가 누구인가, 마을 효녀효자들 아닌가. 마이크를 넘겨받으신 어르신께서는 국민가요 ‘아파트’를 1절과 2절 완벽하게 기억하고 온몸으로 열창해주신다.

“아버님 노래를 왜 이렇게 잘 부르셔요. 치매 걱정 마시고 앞으로도 이렇게 큰소리로 노래 부르시고 재미나게 살아요”라고 말씀드리니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신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 마음속 울림과 끌림이 일어난다. 그 끌림은 아마 내년 골목밥상 프로그램에는 치매 어르신들을 포함해 우리와 함께하고 있으리라는 기대로 이어진다.

한겨울 주차장은 추운 곳이지만, 우리는 시린 손을 서로 녹여가며 김장으로 하나 되는 알맹이 꽉 찬 단단한 모습이 된다. 골목 풍경도 잘 숙성된 김치처럼 무르익어간다. 서로 고향이 다르고 김치 담그는 방식이 다르기에 골목반상회를 해 레시피를 통일하고 역할 분담을 해본다.

한쪽에선 절인 배추를 짜내고, 또 한편에선 김장 뒤 정해진 코스인 보쌈 밥상을 위해 각종 재료에 푹 삶은 맛난 고기를 내온다. 커다란 무 수십 개를 순식간에 채 썰어 내고, 산더미 같은 고춧가루를 김장 매트에 쏟아낸다. 각종 젓갈류와 양념 재료를 버무려내는 과정에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우리 골목 속 만남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각자 다른 모습과 방식으로 살아오던 일상에서 서로를 알게 되고 배려하게 되며 서로를 생각하고 챙겼던 많은 시간들…. 마치 버무려지는 김장 양념처럼 나는 마늘이었고 너는 새우젓이었던 것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도 묘한 어울림을 만들어낸 우리. 함께 만드는 우리 골목이 김장이라는 소통을 통해 다시금 공동체를 배워가게 한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는 사소한 습관도 말투도 고칠 생각을 못했고 변화시킬 생각조차 들지 않았지만 골목에서 함께하면서 서로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점점 더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우리 아이들도 지금부터 배워나가고 스스로 터득해나가는 공동체에서 한층 더 지혜롭고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생각할수록 참 좋다. 골목 속 우리 아지트 주차장도, 여러 모양의 마을 주민들도…. 이런 생각과 마음이 나를 우리를 행복하게 다듬어준다. 이렇듯 시작할 때 기억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마을의 정을 고스란히 품고 나누며, 오랜 시간 호흡을 조절하고 페이스를 지키며 완주해내는 마라톤처럼 중앙로 55길 우리 마을은 골목에서 담장 넘어 뻗어나온 감나무의 감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굳세게 열려 있는 대추나무의 왕대추처럼, 이런 모습 저런 모습으로 소통하고 공감을 이루어내며 그렇게 소리 없는 아름다운 마라톤을 완주해낼 것이다.

늘 그렇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마을 참여가 봉사로, 잔치로 때로는 품앗이로 아름다운 마을과 풍성한 공동체의 단단하고 높다란 장벽을 쌓아올리리라 기대하며, 함께하는 우리 골목은 오늘도 저녁 반찬을 공유하며 오손도손 장바구니를 손에 들고 함께 걸어가본다.


우중충한 주차장이 가장 빛나는 장소로 변신

인터뷰 | 최정아 골목밥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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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쁜 사람 아니구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가 20여 년 만에 돌아왔는데요. 이 마을은 변화 없이 그대로더라고요. 마을 사람들이 즐겁게 사귀면서 마을을 변화시키고 싶은데, 이곳을 그 터전으로 이용하면 안 될까요?”

지난해 여름 양천구 신월동 우리아트빌 1층 주차장에서 더위를 피하던 마을 주민 몇 사람에게 최정아(49)씨가 건넨 말이다. 신월동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친 최씨는 20여 년 전 길 건너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가 2018년에 돌아왔다. 하지만 마을은 그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사이에 노인·다문화가정·장애인·저소득층이 늘어나 있었다. 이에 따라 마을은 다른 영역과 소통이 잘 안 되는 부분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다시 함께 즐겁게 얘기하고 서로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당시 최씨는 몇 달이나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 그러나 번듯한 실내 공간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눈여겨본 곳이 빌라 1층에 있는 차 두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이 주차장이었다고 한다. 그곳엔 늘 더위를 피해 아주머니 두세 명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이 바로 현재 신월동 중앙로 55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골목밥상의 근거지다. 최씨는 처음에 주차장을 공동체 활동 장소로 사용하자고 낯선 제안을 했을 때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듣는 이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은 열심히 함께 활동하는 박주영씨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느닷없는 제안에 놀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이어지는 최씨의 요청에 빌라 사람들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골목 주민들은 매달 한 차례 이상 모여 골목밥상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식사를 하면서, 다양한 마을 공동체 활동을 모의하고 있다. 참석자들도 80대 할아버지에서부터 20대 청년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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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중순 한 골목밥상 회원이 주차장 내 차량 주차구역에서 ‘사방치기’ 놀이가 가능하도록 페인트칠하고 있다. 골목밥상 제공


그사이 주차장의 때깔도 달라졌다. 애초 회색빛의 우중충한 빛깔의 주차장은 이제 골목에서 가장 빛나는 장소가 되었다. 정면 기둥에는 파랗고 빨간 몽당연필이 그려지고 안쪽 벽면에는 ‘여기가 좋다. 함께하는 우리’라는 예쁜 글씨도 새겨졌다.

하지만 최씨를 비롯한 골목밥상 구성원들은 아직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신월동 특성상 많이 거주하는 노인가구, 다문화가정, 장애인을 위한 골목밥상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들 모두가 함께하는 동네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외출을 못하는 어르신 독거가정을 위해 밥과 반찬을 만들어 나누고 있다. 앞으로는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자신들의 모국에서 배운 요리를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골목밥상의 내용을 더한층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이들은 한겨레-SH가 공동 주최하는 행복둥지 공모전에 받은 상금으로는 무엇을 하려고 할까. 참 소박하다. “여행을 못 다니는 독거 어르신들을 모시고 바다로 한번 마을 소풍을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앞으로 언젠가 활동의 장으로 실내 공간을 확보하게 되면 그곳에 쓰일 비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골목밥상 구성원들은 아마 밥만큼이나 꿈이 더 맛나고 달콤한 모양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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